스마트폰 과다사용이 아이들의 도파민 분비와 성장에 미치는 영향 – 첫번째 이야기

By highkilaab

스마트폰은 현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과도한 사용은 아이들의 뇌 발달과 신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 핵심에는 뇌의 보상 회로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에서 레벨을 올리거나, SNS에서 “좋아요” 알림을 받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볼 때 아이들의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보상 호르몬(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은 흔히 ‘행복 물질’로 불리며, 우리가 즐겁거나 보람을 느낄 때 뇌의 쾌감을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보상 체계를 반복적으로 강하게 자극하여, 일종의 “도파민 폭풍”을 일으킵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작은 자극에도 즐거움을 느끼지만, 이런 자극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뇌는 점차 그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뇌 신경회로는 적응하여 동일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더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를 도파민 분비의 둔감화 혹은 내성 발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전에 재미있게 느꼈던 독서나 친구와 노는 것 같은 일상 활동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강한 자극에 길들여진 뇌는 일상생활에서 보상감 부족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도파민 자극과 디지털 중독

뇌가 스마트폰 자극에 길들여지면, 아이들은 점차 스마트폰에 집착하게 되고 디지털 중독의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의 한 리뷰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의 과도한 디지털 미디어 노출이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 신경전달 경로의 이상(deregulation)을 유발하며, 이러한 변화가 약물 중독에서 나타나는 뇌 변화와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노출된 아이들의 뇌는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에서 보이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상 체계가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신경학적 관점에서 보면, 계속되는 강한 도파민 자극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뇌의 도파민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뇌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속해서 도파민 신호를 받으면 도파민 수용체의 숫자나 민감도를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이러한 다운레귤레이션(하향조절) 현상이 나타나면, 아이들은 평소에 의욕 저하, 우울감, 불안과 같은 도파민 결핍 상태를 겪을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더욱 놓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데, 이는 쾌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족해진 도파민으로 인한 불쾌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스마트폰을 찾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서도 일부 입증되고 있습니다. 한 소규모 파일럿 연구에서는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이 있는 청소년들의 혈중 도파민 수치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 약 두 배 가량 높게 측정되었습니다. 중독 그룹 청소년의 도파민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은, 이들의 뇌 보상 시스템에 불균형이 일어났음을 시사합니다. 뇌가 지속적인 디지털 자극에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인 것이죠.

뇌 변화로 나타나는 아이들의 변화

스마트폰 과사용으로 도파민 체계에 변화가 생긴 아이들은 행동과 감정 면에서도 여러 변화를 보일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흔히 목격하는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주의 집중 어려움: 평소보다 쉽게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저하됩니다.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할 때 금방 싫증을 내고,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합니다.
  • 충동성과 불안 증가: 충동 조절이 약해지고 사소한 자극에도 짜증을 내거나 불안해하는 경향이 커집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주변 사람들과 사소한 일로 충돌하기도 합니다.
  • 사회성 및 정서 문제: 스마트폰에 오래 몰입할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대면 소통을 어려워하며, 현실 세계에서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자신감 저하나 우울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분야 연구들에서도 과도한 디지털 노출이 우울, ADHD, 분노조절장애 등의 배경 요인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빠진 아이들의 뇌는 마치 급격한 도파민의 파도에 시달린 후 지쳐버린 상태와 같습니다. 한창 성장하고 학습해야 할 시기에 뇌의 균형이 무너진다면, 학업이나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아이의 전인적 발달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