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치료 전, ‘성장부진’의 진짜 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 — 성장호르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By highkilaab

최근 방송에서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며,
많은 부모님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꼭 맞아야 하나요?”
“정상인데 괜히 치료하는 건 아닐까요?”
“성장치료가 무조건 나쁜 거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습니다.
그리고 저는 늘 이렇게 답합니다.

“지금 중요한 건 치료냐 아니냐가 아니라,
왜 아이의 키가 잘 크지 않는지를 먼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키가 자라지 않는 이유는 ‘호르몬 부족’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키가 안 큰다” 하면
곧바로 성장호르몬 부족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성장이 느린 아이들 대부분은 성장호르몬이 정상입니다.
정밀검사 결과,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소수의 아이들에게서만 발견되며
절대 다수는 호르몬은 정상이지만 키가 잘 자라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만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원인을 놓친 채 결과만 억지로 끌어올리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성장부진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성장부진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음은 실제 성장클리닉에서 자주 발견되는 성장 방해 요인들입니다:

  • 소화기 허약: 잘 먹지만 흡수가 안 되어 영양이 부족한 경우
  • 편식, 식사량 부족: 단백질, 칼슘, 철분 섭취 불균형
  • 운동 부족: 성장판 자극이 약하고 근육 발달이 느린 경우
  • 수면 부족: 성장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고, 피로 누적
  • 면역력 저하: 잦은 감기, 장염, 피부염 등으로 성장 에너지 소모
  • 정서 불안, 스트레스: 자율신경계 불균형으로 성장 억제
  • 성조숙증, 빠른 사춘기: 성장판이 일찍 닫히면서 최종키가 줄어드는 구조

이처럼 성장부진의 원인은 생활습관, 체질, 환경, 심리 상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아이 키는 ‘치료’보다 ‘이해’가 먼저입니다

아이의 키가 잘 크지 않는다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성장부진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 성장판은 열려 있는지
  • 뼈 나이에 비해 성장이 뒤처졌는지
  • 수면, 식사, 운동, 스트레스 상태는 어떤지
  • 사춘기 전조는 없는지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아이의 성장 환경을 하나씩 케어해주는 것이
치료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입니다.

성장호르몬 치료, 꼭 필요한 아이가 있습니다

방송과 일부 여론에서
“성장호르몬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성장치료가 불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정상보다 현저히 부족한 아이들,
즉 성장호르몬 결핍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의학적으로 분명하고 반드시 필요한 치료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최종 키가 평균보다 10cm 이상 작아질 수 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심혈관계, 대사계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잘 크고 있는 아이에게 무리한 치료는 지양해야 하지만…

성장호르몬 치료가
단지 “조금 더 크게 하고 싶은” 목적에서
건강한 아이에게 무분별하게 처방된다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성장치료를 ‘불필요한 욕심’이나 ‘과도한 개입’으로 몰아가는 것도
또 다른 왜곡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성장 문제로 정서적 스트레스, 사회적 위축,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겪고 있으며
이런 아이들을 위한 치료는 단순한 키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신체적 건강을 위한 통합적 접근으로 보아야 합니다.

필요한 치료는 해야 합니다

의학적 치료는
지나친 것이 문제이지,
필요한 것도 멈춰야 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성장판이 아직 열려 있고,
뼈 나이에 비해 뒤처진 아이,
생활환경을 개선해도 성장이 정체된 경우,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성장호르몬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입니다.

성장의 첫걸음은 ‘이해’입니다

키가 자라지 않는 이유를
단순히 유전이나 체질 탓으로 넘기지 마십시오.
또, 모든 치료를 결과 중심으로만 평가하지 마십시오.

  • 왜 아이가 크지 않는지
  • 어떻게 해야 더 잘 클 수 있을지
  • 무엇이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아이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케어하는 것.
그것이 진짜 성장치료의 시작입니다.

성장치료는 아이를 더 키우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를 이해하고 돕기 위한 ‘필요’일 수 있습니다.

정상호르몬을 가진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생활습관과 체질 개선만으로도 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이 정말 부족한 아이에게는
주저 없이 필요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치료냐, 아니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아이의 몸과 삶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자세입니다.